타임 로그(Time log)로 시작하는 시간 경영

타임 로그(Time log)로 시작하는 시간 경영

우리는 모두 하루 24시간이라는 동일한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왜 어떤 사람은 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것을 이루어내는 걸까요? 피터 드러커는『자기경영노트』에서 시간 관리의 핵심을 제시합니다.

1. 시간 진단: 당신의 시간은 주도적으로 관리되고 있나요?

매일 저녁, 퇴근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정신없이 바빴는데, 정작 중요한 일은 얼마나 했을까?' 드러커는 이런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첫 단계로 '시간 진단'을 제안합니다. 이는 단순히 시간을 기록하는 것이 아닌, 우리의 시간이 어디로 새어나가고 있는지 철저히 분석하는 과정입니다.

체계적인 시간 낭비와 마주하기

얼마 전 한 사용자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IT 회사의 PM으로 일하면서 매일 '하루에 2시간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디자이너와 개발자의 질문에 답하고, 사업팀과 조율하고, 경영진 보고를 준비하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가는데, 정작 중요한 제품 기획이나 전략적 의사결정에는 시간을 충분히 쓰지 못하고 있었죠. 매일 2시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느낀 것은, 결국 자신의 시간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처럼 시간 부족을 느끼는 것은 대개 체계적인 시간 낭비가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시간이 아닌, 현재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것입니다.

타임 로그: 시간의 실체와 마주하기

드러커가 말하는 "당신의 시간을 알라(Know your time)"는 단순한 조언이 아닙니다. 이는 시간 기록을 통해 패턴을 발견하고 개선점을 찾아내는 체계적인 과정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업무는 예상했던 것보다 항상 30분 더 걸립니다. 어떤 시간대에는 놀라울 정도로 생산성이 높고, 또 어떤 시간대에는 유독 집중력이 떨어지죠. 이런 패턴을 발견하는 것이 타임 로그의 진정한 목적입니다.

2. 통합적 시간 관리: 큰 덩어리의 시간을 확보하라

아침 9시, 메일함을 열자마자 쏟아지는 수십 개의 메시지들. 하나씩 대응하다 보면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고, 오후에는 회의가 줄줄이 이어집니다. 이런 파편화된 시간 속에서 어떻게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까요?

자유 재량 시간의 의미

드러커는 '자유 재량 시간'을 특별히 강조합니다. 이는 진정으로 공헌할 수 있는 중요한 과업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이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성과의 질을 결정하죠. "저는 매일 아침 7시부터 10시까지를 '생각하는 시간'으로 비워둡니다. 이메일도 열지 않고, 메시지도 확인하지 않죠. 이 시간 덕분에 제품 방향성을 깊이 있게 고민하고, 팀원들과 나눌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드러커가 말하는 통합된 자유 재량 시간의 힘입니다.

자유 재량 시간을 통합하는 전략

드러커는 자유 재량 시간을 확보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이를 '통합'하여 방해받지 않는 연속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하루 중 가장 생산적인 시간대를 파악하세요. 저의 경우는 오전 10시부터 12시 사이입니다. 이 시간만큼은 어떤 회의도 잡지 않고, 가장 중요한 업무에 집중합니다. 둘째, 방해 요소를 미리 제거하세요. 알림을 끄고, 동료들에게 집중 시간임을 알리고, 필요하다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세요. 셋째, 작은 업무들은 묶어서 처리하세요. 이메일 확인, 피드백 등은 하루 중 특정 시간대에 몰아서 처리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통합 후 확보한 집중 시간

3. 시간 낭비 요인의 제거

타임 로그를 통해 우리는 단순히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 파악하는 것을 넘어, 시스템적인 시간 낭비 요인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드러커는 대부분의 시간 낭비가 개인의 잘못이 아닌, 시스템의 결함이나 통찰력 부족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합니다.

시스템적 시간 낭비 찾아내기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불필요한 미팅'입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평균적인 회사원은 일주일의 21%를 회의에 사용하며, 그중 절반은 실질적인 의사결정이나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는 개인의 시간 관리 문제가 아닌, 조직의 시스템적 문제입니다.

타임 로그를 통한 시스템 개선

타임 로그는 이러한 시스템적 낭비를 발견하는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예를 들어:

  • 정보 공유가 잘 되지 않아 발생하는 중복 작업
  • 불명확한 의사결정 프로세스로 인한 지연
  • 체계적이지 못한 보고 체계로 인한 시간 낭비

이러한 요소들을 발견하고 개선할 때,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시간 관리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4. 타임 로그 실천: 3주 사이클로 실행하기

이제 드러커의 시간 관리 철학을 현실에서 구현할 차례입니다. 타임 로그를 통해 시간을 진단하고, 자유 재량 시간을 확보하며, 시간 낭비 요인을 제거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주: 있는 그대로 기록하기

첫 주는 그저 기록에만 집중하세요. 15분 단위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간단히 메모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판단하거나 분석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기록하세요.

"월요일 오전 10:15 - 팀 회의 참석" "화요일 오후 3:30 - 보고서 작성 중 동료의 긴급 요청 처리"

이런 식의 간단한 기록이면 충분합니다.

오늘 할 일과 일정을 MOBA에 기록한 모습

둘째 주: 패턴 발견하기

일주일간의 기록이 쌓이면, 거기서 패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 가장 생산적인 시간대는 언제인가요?
  • 어떤 유형의 방해 요소가 가장 자주 발생하나요?
  •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업무는 무엇인가요?
  • 시스템적인 시간 낭비는 어디서 발생하나요?

셋째 주: 변화 시도하기

발견한 패턴을 바탕으로 작은 변화를 시도해보세요.

  • 자유 재량 시간을 통합하여 중요 과업에 집중하기
  • 자주 발생하는 시스템적 방해 요소에 대한 대책 마련하기
  • 유사한 업무는 묶어서 처리하기

5. 시간을 주도적으로 경영하는 길

"측정되는 것은 관리된다"라는 드러커의 말처럼, 타임 로그는 우리가 시간의 주인이 되는 첫걸음입니다. 이는 단순한 기록이 아닌, 우리의 자유 재량 시간을 확보하고 시스템적 낭비를 제거하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오늘부터 시간 진단을 시작해보며 타임 로그를 실천해 보세요. 하나하나 기록하는 것이 처음에는 서툴고, 번거롭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시도가 하루를, 나아가 삶을 변화시키는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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