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미루지 않는 방법: 미니멀 태스크

사람들은 해마다 새로운 목표와 계획을 세웁니다. 그러나 신년이 지나고, 설이 지나면 “3월부터 다시 시작하자”라는 식으로 계획이 미뤄지거나, 바쁜 일상 속에서 어느새 흐지부지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요?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상담심리전공 이동귀 교수의 이야기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동귀 교수는 무려 20년간 ‘꾸물거림’(미루기)을 연구해왔으며, 특히 완벽주의가 일을 미루게 만드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강조합니다.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압박이 오히려 “아직 충분히 준비가 안 됐으니 다음에…”라는 미루기로 이어진다는 것이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시험공부를 미루다 만화책을 보거나, ‘이것만 하고 시작하자’며 유튜브에 빠져들고, 심지어 라면을 끓여 먹거나 방 청소를 하며 정작 해야 할 일은 계속 뒤로 미뤄버립니다.
이 글에서는 ‘왜 일을 미루는가?’ 에 관해 심리학적 관점과 함께, 이를 극복하기 위해 효과적이라고 입증된 ‘미니멀 태스크’ 방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작게 쪼개고, 당장 실행하는” 작은 변화가 어떻게 큰 성과를 만드는지, 구체적인 방법론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1. 미루기의 심리: 왜 자꾸 일을 뒤로 미룰까?
1) 연초 계획과 미루기 습관
연초가 되면 누구나 새로운 결심을 합니다. “올해는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 “운동을 습관화하겠다”, “건강 검진을 꼭 받겠다” 등 의욕 넘치는 목표가 가득하죠. 하지만 막상 실행 단계에 들어가면 조금씩 루즈해지고, “설 끝나면 진짜 시작해야지”라며 넘어가고, 또다시 3월, 혹은 다음 달로 미루는 일이 흔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계속 뒤로 미루는 습관이 쌓일수록, 나중에는 시작조차 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무엇이 우리를 자꾸 계획에서 멀어지게 만들까요?
2) 미루기의 대표적 특징
이동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시험을 앞둔 학생들이 공부 대신 만화책이나 유튜브에 빠져드는 모습이 전형적인 예입니다. “이것만 보고 바로 공부 시작해야지!”라고 다짐해도, 알고리즘 추천으로 이어지는 동영상 플레이리스트에 연달아 끌려가며 어느새 새벽이 되곤 합니다. 그러면 마음이 불안해져서 “좀 자고 일찍 일어나 공부해야지”라고 하지만, 결국 알람을 끄고 늦잠을 자거나, 라면을 먹고 나서 더 졸려지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결국 “해야 할 일이 있는데 딴 짓을 한다”는 게 미루기의 핵심 패턴입니다. 우리는 중요한 업무일수록 더 큰 압박감을 느끼고, 그 압박감이 불편함으로 이어지면 쉽게 “기분 전환”을 찾아 헤매게 되죠. 그 순간에는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것 같지만, 마감 기한이 다가올수록 불안은 더욱 커집니다.
3) 미루기 유형 진단: 다섯 가지 성향
이동귀 교수는 미루는 성향을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 낙관주의형: “금방 끝날 거야”라는 비현실적인 믿음으로 인해, 실제로는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을 자꾸 뒤로 미룹니다.
- 자기 비난형: “나는 원래 안 돼”라며 스스로를 자책해, 시작 의욕조차 못 내는 유형입니다. 우울과 무기력이 겹치기 쉬운 유형입니다.
- 현실 저항형: 겉으로는 나이스하게 이야기하지만, 상사의 지시나 해야 할 일을 “하기 싫다”는 마음으로 미루며, 변명이나 합리화를 잘하는 유형입니다.
- 자극 추구형: 마감 직전의 스릴을 즐깁니다. 새로운 일이나 아이디어는 잘 벌이지만, 쉽게 흥미를 잃기도 해서 작심삼일에 빠지기 쉽습니다.
- 완벽주의형: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이 크고, 다른 사람의 평가를 걱정하며 차일피일 미룹니다.

이 중에서도 완벽주의자 성향이 특히 미루기와 강한 상관관계를 갖습니다. 한국인 중 약 53.6%가 완벽주의적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은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여 “실수하면 안 된다”는 압박이 크게 작용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과 못지않게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배웠는가?”가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4) 벼락치기의 달콤한 유혹
간혹 벼락치기로도 그럭저럭 좋은 성적을 받았던 경험이 있는 경우, “마지막 순간의 긴장감이 더 집중력을 끌어올린다”는 착각이 생기곤 합니다. 게다가 그 조마조마한 스릴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벼락치기 습관이 정신적·신체적으로 큰 부담을 준다는 점입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치솟아 건강을 해칠 수 있고, 제대로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완성한 것보다 결과물이 떨어질 가능성도 큽니다.
특히, 대학교 과제 제출에서도 학생들이 11시 50분쯤, 심지어 11시 59분에야 업로드 버튼을 누르는 패턴이 자주 나타난다고 합니다. 마감 직전까지 미루다가 시스템 오류나 인터넷 문제가 생기면 결국 영점 처리되기도 쉽지요. 이렇듯 벼락치기는 리스크가 크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2. 왜 작게 쪼개는 미니멀 태스크가 필요할까?
1) 완벽주의와 미루기의 관계
“잘하려고 하다 보니 시작을 못 한다”는 완벽주의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은, 기준을 낮추고 일단 행동에 옮기는 것입니다. “지금 내 준비도는 100%가 아니니 다음에…”라고 미루는 순간, 우린 또다시 동력을 잃어버립니다.
반면, 미니멀 태스크를 활용하면 “일단 조금이라도 해볼까?”라는 실행력을 얻게 됩니다. 큰 목표를 ‘한 번에 해치우는 것’이 아니라, 30분 혹은 15분 단위로 나누어 볼 수 있는 수준으로 쪼개는 거죠. 이렇게 하면 “이 정도는 할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고, 실제로 해냈다는 성취감도 쌓을 수 있습니다.
2) 심리학적 근거: 시작이 갖는 힘
이동귀 교수 역시 방송에서 ‘15분만 해보자’라는 제안을 강조했습니다. “너무 오래 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15분 단위로 운동하든, 공부하든, 작업하든 시작만 하라”는 것입니다. 한 번 시동이 걸리면, 이후로는 생각보다 길게 몰입하게 되거나, 최소한 “오늘은 아예 안 한 것보단 낫다”라는 안도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좋은 습관을 형성하는 데는 평균 66일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쉽지 않아 보이는 기간이지만, 하루에 30분씩이라도 꾸준히 투자할 수 있다면 2~3개월 뒤에는 그 일이 삶의 자연스러운 루틴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3. 일을 작게 쪼개는 구체적 단계
1) 할 일을 머릿속에서 밖으로 꺼내기
- 투두 리스트: 머릿속에서 “해야지 해야지”라고 다짐만 하고 있으면, 불안과 스트레스가 쌓이기 마련입니다. 먼저 해야 할 일, 아이디어, 프로젝트 등을 전부 외부에 쏟아내서 하나의 공간에 기록해 보세요.
- 이렇게 꺼내는 것은 “막연히 크고 어려운 일”을 구체적 과제로 바꾸는 첫 단계입니다.
2) 15분 내외 단위로 쪼개기
- 큰 과제를 가능한 작은 작업들로 분해해 보세요. 예를 들어, “프로젝트 발표자료 만들기”라면, ‘주제 정하기 → 자료조사 → 초안 작성 → 슬라이드 디자인 → 리허설’처럼 나누어 봅니다.
- 이후 ‘자료조사’도 다시 “경쟁사 자료 2개 찾아보기” “통계 데이터 3개 모으기”처럼 구체적이면서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하도록 세분화합니다.
- 이때 하나의 태스크를 15분~30분 안에 충분히 끝낼 수 있는가?”가 쪼개기의 기준이 됩니다.
3) 우선순위별 타임 블록
- 리스트에 쓴 태스크 중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것”부터 캘린더에 배정해 보세요.
- 캘린더에 타임 블록을 잡으면, 그 시간만큼은 다른 일에 방해받지 않고 해당 작업에 몰입하기 쉬워집니다.
4) 진행 상태 체크
- 작은 태스크라도 완료할 때마다 완료 표시(✓)를 해두면, 그 자체로 “해냈구나!” 하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이렇게 아직 진행 중인 태스크와 완료 처리한 태스크를 ‘완료’로 표시하는 식으로 상태를 시각화하면 지금 내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4. 지속적인 습관화를 위한 작은 팁
1) 자기 비난 대신 자기 칭찬
미루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한두 번 실패했다고 해서, “나는 역시 게으르고 안 돼”라고 자책하지 마세요. 완벽주의와 자기 비난은 미루기를 더 악화시킬 뿐입니다.
작은 진전이라도 “그래도 조금은 해냈다”며 자기 자신을 칭찬해 주는 태도가 훨씬 도움이 됩니다.
2) 짧게라도 매일 이어가기
하루 30분이 부담스럽다면, 15분 단위로 줄여도 됩니다. 중요한 건 “아예 안 하는 날이 없도록” 꾸준히 이어가는 습관입니다.
66일, 혹은 두 달 정도만이라도 작은 루틴을 유지해 보면, 미루기가 훨씬 줄어들었다는 걸 체감할 수 있습니다.
3) 캘린더를 활용하기
캘린더는 가장 쉽게 매일 해야 할 일을 체크하고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도구입니다.
중요한 것은 ‘쪼갠 일을 기록하고, 실행 체크를 하며, 일정에 반영하는’ 과정을 습관화하는 것입니다.
5. 마무리: 작게 쪼개고, 지금 시작하기
결국 일을 미루는 이유는 단순히 ‘게으름’이라고만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낙관주의, 자기 비난, 현실 저항, 자극 추구, 그리고 완벽주의 등 다양한 성향과 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그러나 어느 경우이든 공통된 해결책은 “일을 작게 쪼개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작은 태스크를 하나 완료할 때마다 얻는 성취감은 우리가 미루던 일을 점차 ‘할 만한 일’로 바꿉니다. 더 이상 밤늦게 “아, 내일 하면 되겠지”라고 스스로를 속이지 않도록, 오늘부터 단 15분의 규칙을 시도해 보세요. 어떤 사람에게는 15분, 어떤 사람에게는 30분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작은 단위가 주는 추진력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이 글을 읽는 지금 이 순간, “하루 5분, 10분이라도 시작해 볼까?”라는 마음이 들었다면 바로 행동으로 옮겨보세요. 미루기를 멈추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지나가면, 우리 삶은 내일도 그대로입니다. 그러나 작은 태스크라도 하나 실행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습관이 되고, 습관은 인생을 서서히 바꿉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일단 시작하자.”
이 문장을 머릿속에 새기고, 작게 쪼갠 업무를 캘린더와 투두 리스트에 하나씩 넣어보세요. 미루던 일과 지연된 계획들이 서서히 현실화되는 과정을 통해, 당신은 어느새 자신을 더 믿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힘이, 앞으로의 목표와 도전에서 더 이상 ‘꾸물거림’에 발목 잡히지 않는 자유로운 발걸음을 선물해 줄 겁니다.
MOBA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
- The Professional To-do Calendar, MOBA 둘러보기
- MOBA를 가장 빠르게 만나는 방법, Join Wait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