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좋은 습관은 만들기 어려울까? 뇌가 원하는 행동 설계의 비밀

"습관을 제대로 이해하다. 삶에서 더 나은 의사결정을 쌓기 위해 습관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건 뇌가 우리의 행동을 어떻게 '설계'하는지를 이해하는 일입니다. 이해만으로 습관이 저절로 바뀌진 않지만, '왜 이렇게 어려운지' 깨달으면 더 나은 습관을 얻기 위해 앞으로 어떤 시간을 보내야 할지를 알 수 있습니다."
— 정재승 교수, ‘습관의 알고리즘 책’ 추천 글 중
2025년 절반이 지난 지금, 상반기에 세웠던 목표들을 솔직히 돌아보세요. 새해에 다짐했던 운동, 독서, 일찍 자기, 스마트폰 덜 보기, 다이어트 하기... 얼마나 지키고 계신가요? 아마 대부분은 작심삼일로 끝났거나, 지금도 "내일부터 다시 시작해야지" 하며 미루고 있을 겁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스스로를 자책합니다. "의지력이 부족해서", "게으른 성격 때문에", "끈기가 없어서"라고 말이죠. 하지만 스탠포드 대학교의 뇌과학자 러셀 폴드랙 교수는 그의 저서 『습관의 알고리즘』에서 정반대 되는 주장을 과학적으로 밝혀냅니다. 습관을 만들다 실패하는 것은 당신 탓이 아니라, 뇌의 설계 때문이다라는 것입니다.

뇌는 원래 습관 제조기였다
폴드랙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 뇌는 태생적으로 습관을 만드는 기계라고 합니다. 이는 진화적으로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입니다. 매번 양치질을 할 때마다 "치약을 짜고, 칫솔에 묻히고, 입에 넣고..."라고 의식적으로 생각한다면 얼마나 피곤할까요? 뇌는 반복되는 행동을 자동화해서 에너지를 절약하고, 그 여력으로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문제는 이 시스템이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뇌에게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것도, 운동을 하는 것도 똑같은 '반복되는 패턴'일뿐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의식적으로 '좋은 습관'이라고 판단하는 것보다, 더 자주 반복되고 즉각적인 보상을 주는 행동이 더 강력한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실제로 뇌 영상 연구를 보면, 습관적 행동을 할 때는 전전두엽(의식적 사고를 담당)의 활동이 줄어들고, 기저핵(자동화된 행동을 담당)의 활동이 증가합니다. 즉, 습관은 생각하지 않고도 실행되는 '자동 프로그램'인 셈입니다. 이것이 바로 "머리로는 알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이유입니다.
도파민의 진실: 쾌락이 아닌 학습의 화학물질
많은 사람들이 도파민을 '쾌락 호르몬'이라고 알고 있지만, 이는 반쪽짜리 진실입니다. 미시건 대학교의 켄트 베리지 교수 연구팀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도파민은 실제로는 '기대감'과 '학습'의 화학물질입니다.
도파민이 분비되는 순간을 자세히 보면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보상(예: 맛있는 음식, 좋아요 알림)을 받을 때 도파민이 나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보상을 예측하게 해주는 신호(예: 핸드폰 진동, 냉장고 소리)에서 더 많은 도파민이 분비됩니다. 이것이 바로 '예측 오차' 메커니즘입니다.
예를 들어 처음 소셜미디어를 확인했을 때는 새로운 알림을 볼 때 도파민이 나왔지만, 이제는 핸드폰을 집어 들기만 해도 도파민이 분비됩니다. 심지어 예상보다 좋은 반응이 없으면 실망감을 느끼죠. 뇌가 이미 '핸드폰 확인 = 즐거운 일이 생길 것'이라는 회로를 만들어놓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뇌는 '청킹(chunking)'이라는 작업을 수행합니다. 연속된 행동들을 하나의 덩어리로 묶어서 더 효율적으로 실행하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 잠금을 해제하고, 앱을 여는 일련의 동작이 하나의 자동화된 루틴이 되는 것처럼 말이죠. 한 번 청킹이 완성되면, 첫 번째 동작만으로도 전체 시퀀스가 자동으로 실행됩니다.
습관은 지울 수 없다, 덮어쓸 수만 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미 형성된 습관은 뇌에서 완전히 지워지지 않습니다. 폴드랙 교수는 이를 컴퓨터에 비유해 설명합니다. 오래된 파일을 삭제해도 하드디스크 어딘가에는 그 흔적이 남아있는 것처럼, 습관도 뇌의 신경 회로에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실제로 금연에 성공한 사람들도 스트레스를 받거나 예전 환경에 노출되면 다시 담배를 찾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구 습관의 회로가 여전히 살아있어서, 적절한 자극이 주어지면 언제든 다시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비록 지울 수는 없지만, 억제하고 새로운 습관으로 덮어쓸 수는 있습니다. 마치 새로운 길을 자주 다니면서 기존 길을 잡초가 우거지게 만드는 것처럼, 새로운 행동 패턴을 반복하면 구 습관보다 더 강력한 회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이 단순히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의지력은 한정된 자원이고, 스트레스나 피로 상태에서는 더욱 약해집니다. 따라서 의지력에만 의존하는 것은 마치 근육으로만 바위를 옮기려는 것과 같습니다. 지렛대를 써야 합니다.
뇌의 알고리즘을 반영한 습관을 만드는 다섯 가지 방법
1. 환경을 재설계하라
가장 강력하면서도 가장 간과되는 전략이 바로 환경 설계입니다. 우리는 환경의 피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같은 사람이라도 어떤 환경에 있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행동을 보입니다.
나쁜 습관을 줄이고 싶다면 그 습관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마찰을 늘려야 합니다. 스마트폰을 덜 보고 싶다면 침실에서 멀리 두거나, 앱을 삭제하거나, 알림을 끄는 것입니다. 반대로 좋은 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마찰을 줄이는 것이 도움 됩니다. 운동을 하고 싶다면 운동복을 미리 준비해 두고, 헬스장 가방을 현관에 두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더 강력한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 나를 맡기는 것입니다. 기존 환경에서는 이미 형성된 습관의 신호들이 곳곳에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공간에서는 뇌가 기존의 자동화된 패턴을 찾지 못하므로, 의식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습관을 기록할 때 기존에 쓰던 다이어리나 앱 대신 완전히 새로운 도구를 사용해 보세요. 새로운 캘린더 앱에서 하루 루틴을 설계하거나, 이전과 다른 공간에서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뇌는 "새로운 시작"으로 인식합니다. 이는 "맥락 의존적 기억" 때문입니다. 새로운 맥락에서는 기존 습관의 회로가 약해지고, 새로운 행동 패턴을 만들기가 더 쉽습니다.

2. If-Then 플랜으로 선택의 순간을 제거하라
심리학에서 '실행 의도(Implementation Intentions)'라고 불리는 이 방법은 "만약 A 상황이 되면, B 행동을 한다"는 구체적인 규칙을 미리 정해두는 것입니다. 폴드랙 교수는 이를 흡연 예방에 적용한 사례를 소개합니다. "만약 흡연 충동이 생기면, 즉시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처럼 미리 계획을 세워두면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 고민할 필요 없이 자동으로 행동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만약 점심을 먹고 나면, 10분간 산책한다", "만약 소셜미디어를 보고 싶으면, 먼저 물 한 잔을 마신다", "만약 화가 나면, 3번 깊게 숨을 쉰다"와 같은 식으로 말입니다. 이런 규칙들이 쌓이면, 마치 개인 맞춤형 자동 운영 시스템이 생기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계획을 미리 세워두는 것이 효과적인 이유는 뇌가 미리 계획된 반응을 학습해서, 해당 상황에서 자동으로 실행하기 때문입니다.
3. 행동 규칙을 명시해서 결정 피로를 줄여라
마크 저커버그는 매일 같은 옷을 입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 이유는 사소한 결정들로 인한 '결정 피로'를 줄이기 위해서였습니다. 우리는 하루에 수천 가지 결정을 내리는데, 각각의 결정마다 의지력이 조금씩 소모됩니다. 그래서 저녁 즈음이면 의지력이 바닥나서 나쁜 선택을 하기 쉬워집니다.
이를 방지하는 방법은 중요하지 않은 결정들을 미리 규칙으로 정해두는 것입니다. "평일에는 배달 음식을 시키지 않는다", "오후 6시 이후에는 업무 메일을 확인하지 않는다", "주말 아침에는 휴대폰을 보지 않는다"와 같은 명확한 원칙을 세우는 것입니다.
폴드랙 교수는 흥미로운 예시로 이에 대한 근거를 제시합니다. 금연이 당연한 공간(병원, 학교, 비행기 등)에 있을 때는 흡연에 대한 선택권 자체가 사라집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담배를 피울까, 말까?" 고민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이처럼 규칙이 명확하면 매 순간 "할까, 말까?" 고민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마치 교통신호등처럼, 빨간불이면 멈추고 초록불이면 가는 것이 자연스러워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4. 모니터링과 커밋 장치를 활용하라
"측정되지 않으면 관리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습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뇌는 진전을 볼 수 있을 때 더 큰 동기를 느끼고, 더 오래 지속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체크리스트부터 시작해 보세요. 달력에 운동한 날은 X표, 책 읽은 날은 O표를 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습니다. 시각적 피드백이 뇌의 보상 시스템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입니다. 연속으로 표시가 이어지면 '연속 기록을 깨뜨리고 싶지 않다'는 심리도 작용합니다.
여기에 커밋 장치를 더하면 효과가 배가됩니다. 친구에게 "이번 달에 책 5권 읽지 못하면 저녁 한턱낸다"라고 선언하거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기부금을 내겠다고 약속하는 것입니다. 손실 회피 편향 때문에 사람들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을 더 싫어하므로, 이런 장치가 강력한 동기가 됩니다.
5. 대체 루틴으로 기존 회로를 리디렉션하라
마지막으로, 기존 습관의 회로를 완전히 차단하기보다는 새로운 행동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습관은 보통 '신호(Cue) - 루틴(Routine) - 보상(Reward)'의 3단계로 구성되는데, 이 중에서 신호와 보상은 그대로 두고 루틴만 바꾸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을 때(신호) 단 음식을 먹어서(루틴) 기분 전환을 하던(보상) 패턴이 있다면, 스트레스를 받을 때(신호) 짧은 산책을 해서(새로운 루틴) 기분 전환을 하는(보상) 것으로 바꾸는 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뇌의 기존 회로를 활용하면서도 더 건강한 행동으로 유도할 수 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쉽고 지속 가능합니다.
바로 적용해 보는 3일 실험: 내 습관 회로 다시 쌓기
이론을 알았으니 이제 실전에 적용해 볼 차례입니다. 3일간의 간단한 실험을 통해 자신의 습관 회로를 이해하고 새로운 설계를 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 날에는 현재 습관 회로 분석하기입니다. 하루 종일 자신의 행동을 의식적으로 관찰해 보세요. 특히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행동들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언제 스마트폰을 집어 드는지, 어떤 상황에서 간식을 찾는지, 어떤 감정 상태에서 특정 행동을 하는지 메모해 보세요. 이때 중요한 것은 판단하지 말고 그저 관찰만 하는 것입니다.
둘째 날에는 환경 스위치와 If-Then 플랜 설계하기입니다. 전날 관찰한 내용을 바탕으로, 바꾸고 싶은 습관 하나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그 습관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는 환경 변화 한 가지와, 대신 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한 If-Then 규칙 한 가지를 정합니다. 예를 들어 "침실에서 스마트폰 충전하기 (환경)"과 "만약 스마트폰을 보고 싶으면, 먼저 책을 1페이지 읽는다 (If-Then)"같은 식으로 말입니다.
셋째 날에는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하기입니다. 간단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날마다 새로운 행동을 실행했는지 기록해 보세요. 성공/실패보다는 시도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패했을 때는 "왜 실패했을까?"보다는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더 쉬워질까?"를 생각해 보세요.
이 3일 실험의 목적은 완벽한 습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 패턴을 이해하고 작은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경험해 보는 것입니다. 작은 실험에서 얻은 인사이트가 더 큰 변화의 씨앗이 됩니다.

남은 180일, 뇌의 작동 방식에 맞게 설계하기
2025년 하반기까지 아직 6개월이 남았습니다. 이는 새로운 습관을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새로운 신경 회로가 형성되는 데는 보통 66일 정도가 걸리는데, 6개월이면 여러 개의 습관을 순차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것입니다. 뇌는 급격한 변화를 위험으로 인식해서 저항합니다. 대신 한 달에 하나씩, 작은 변화부터 시작하세요. 첫 번째 습관이 어느 정도 자동화되면 그다음 습관을 추가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또한 완벽을 추구하지 마세요. 80% 성공하는 습관이 100% 완벽하지만 지속되지 않는 노력보다 훨씬 가치 있습니다.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예전 습관으로 돌아가더라도 그것이 정상입니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작하는 것입니다.
습관은 의지가 아니라 회로입니다. 그리고 회로는 설계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뇌도 충분히 변화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제 과학적 방법으로 그 변화를 현실로 만들어보세요. 남은 하반기가 정말 다른 6개월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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